[축구] 첼시를 떠난 무링요 감독


어제 사임한 무링요(Mourinho) 혹은 무리뉴 전 첼시 감독은 여러모로 이야깃거리가 많은 사람입니다. 카리스마가 넘치고, 폭퐁간지를 발산하고, 감독으로썬 아주 젊은 편인 44세에 불과한데도 이미 전설 수준에 필적하는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거기다 보통 사람은 백분지 일도 따라가기 힘들만큼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 인물이기도 하죠.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첼시가 그저 떼부자의 노리갯감이 되겠거니 생각들도 했었지만, 첼시가 그 다음 시즌에 무링요 감독을 영입하자 어느덧 첼시는 로만의 팀이 아니라 무링요의 팀이라 부를 수밖에 없을 만큼 무링요는 자신의 존재감을 발산했습니다. 그가 떠나고 나서 프리미어 리그의 팬들은 그의 빈자리가 커다랗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무감독 어록에는 재미있는 말들이 많습니다. wikiquote에 오른 어록 중에 몇 가지를 소개해 보자면...

"우리에겐 최고의 선수들이 있고,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최고의 감독이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포르투가 우승할 것이고, 비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그래도 포르투가 우승하겠죠." (포르투갈 리그, 시즌중의 인터뷰)

"1위를 달릴때 느끼는 압박감같은건 없어요. 2위나 3위를 하고 있을때나 그렇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칭찬을 잔뜩 하고 나서) "나는 그를 '보스'라고 불라요 왜냐면 그는 우리 감독들의 보스와 같은 사람이니까. 그는 최고고, 정말 훌륭한 사람이고, 보스가 될 자격이 있어요. 아마 내가 60살쯤 되면 젊은이들이 나를 그렇게 불러주겠죠."

"쉽고 편한 일을 원했더라면... 포르투에 남았겠죠. 아름답고 파란 의자가 있고, 챔스리그 우승컵도 있고, 하느님도 있고, 나는 하느님 바로 다음 자리였고."

"날더러 거만하다고 하지 마세요, 나는 맞는 말을 하는 거니까. 나는 유럽 챔피언이고, 그래서 특별한 존재(a special one)죠."
(그래서 이후 그는 찌라시에서 special one 으로 불리곤 했습니다;;)


사실 이런 말을 해도 아무도 감히 조롱하지 못할 만큼 무감독의 실적은 대단합니다.
지금까지 그의 감독 경력을 한번 자세히 조사해 봤습니다.

2000-01 시즌: 슬럼프에 빠져있던 포르투갈의 명문 벤피카의 감독에 시즌초에 대타로 취임해서, 석달 좀 안되는 기간 동안 5승 2무 2패를 기록했습니다. (그해 무링요가 감독이 아닌 기간의 벤피카 성적은 10승 7무 8패)
무링요는 구단주와의 불화로 사임한 뒤 바로 포르투갈 1부리그 중위권팀인 Leiria의 감독으로 취임합니다. 레이리아에서의 성적은 10승 4무 5패, (레이리아 팀의 그전 성적은 5승 7무 3패)

2001-02 시즌: 레이리아 팀에서 전반기에 9승 7무 3패를 기록, 팀을 리그 3위로 끌어올리던 중, FC 포르투로 스카웃됩니다. (레이리아의 그 후 성적은 6승 3무 6패) 무감독이 지휘했던 두 시즌(각각 절반씩이지만)이 이 클럽 역사상 성적이 가장 좋았던 시기입니다.
한편 그해 후반기에 포르투에서 거둔 성적은 11승 2무 2패. (무링요 이전의 포르투 성적은 10승 3무 6패였습니다)

2002-03 시즌: 포르투는 리그에서 27승 5무 2패로 클럽 및 포르투갈 리그 역사상 최고의 승점을 기록하며 우승, 컵대회 우승, UEFA컵 우승의 트레블을 기록합니다.

2003-04 시즌: 계속 포르투의 지휘봉을 잡은 무링요는 리그에서 25승 7무 2패의 여전한 성적으로 우승, 컵대회 준우승, 그리고 챔스리그 우승의 위업을 달성합니다. 이 두 시즌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포르투 최고의 시대였죠.

2004-05 시즌: 무링요를 스카웃한 첼시는(03-04 시즌 24승 7무 7패) 04-05 시즌 29승 8무 1패로 프리미어리그 최다승점 기록을 갈아치우며 우승. 리그컵에서도 우승해서 더블을 기록.

2005-06 시즌: 29승 4무 5패로 리그 2연패.

2006-07 시즌: 24승 11무 3패로 괜찮은 시즌을 보냈지만 (여느 해라면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이죠...) 맨유가 최고의 시즌을 보낸 터라 리그에서는 2위. 하지만 FA컵과 리그컵을 우승해서 더블.



... 지난 세 시즌에서 챔스리그에서 기대되는 성적(우승!)을 거두지 못하고 "고작" 4강 두 번에 그친 것만 빼면 실로 FM에서나 볼법한 사기스러운 캐릭터라고 할만 합니다. 저더러 지구방위대의 감독을 뽑는데 단 한표만 던지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무감독을 찍을 겁니다.

무링요는 오만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커다란 자신감과 에고를 갖고 있었지만, 자기를 모사해서 패러디한 가수를 초대해서 선수들과 저녁을 같이 하면서 공연을 갖도록 초청했다든가, 퍼거슨경같은 라이벌 감독들에게 적절히 존경과 경의를 표할 만큼 대범하기도 했습니다.

로만이 최근 첼시를 운영한 꼴과 결국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였던 무링요 감독과 갈라서게 된 모습을 보면 참 어리석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네요. 아마도 임시 감독 노릇이겠지만 무링요가 떠난 첼시 감독으로 자기 사람인 듣보잡 영감을 앉혀놨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니 당장 내일 있을 맨유전은 어떻게 될지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링요 어록 중의 한 줄로 제 예상을 대신하기로 하겠습니다.

"만약 로만이 내 일을 했다면 우린 리그 꼴찌에 처박혔을테고, 내가 그 사람의 일을 했다면 우린 파산했겠죠."


by 하얀까마귀 | 2007/09/22 00:36 | SportLeisure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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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young026 at 2007/09/22 00:48
위키피디아의 IPA표기에 따르면 '주제 모리뉴'군요.
Commented by Testors at 2007/09/22 03:04
첼시 전임감독 라니에리 왈 '아무리 무링요라고 해도 2년 안에 EPL 우승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무링요.. "아, 그러세여?" 라고 화답하듯이

결과 => 부임 첫해 EPL 최다 승점 우승, 다음해도 또 우승.

무링요 만세 -_-/
Commented by Cuchulainn at 2007/09/22 13:12
듣자니 혀감독이 독일 아니면 이탈리아쪽에 가보고 싶어하는 모양이던데...

*이번 사태는 로만한테 한번 엿 제대로 먹어봐라 하고 벼르다가 터뜨린 듯한 느낌이 -_-;*
Commented by Testors at 2007/09/22 13:50
Cuchulainn/ 이번 계약해지는 무링요가 일방적으로 짤린걸로 알고 있어요.. 긴급 이사회 열려 호출당해서 갔더니 "잔여연봉 다 줄테니 꺼지3" 이렇게 된걸로...
Commented by Cuchulainn at 2007/09/22 22:49
Testors//묘혈을 팠군요. ㅊㅋ -_-;
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7/09/24 11:41
제일 좋아하는 팀은 아스날이지만, 무링요는 스스로 스페셜 원이라 칭하는 게 밉지만은 않은 그런 사람입니다. 시쳇말로 '간지가 좔좔'흐른달까요. (웃음) 오늘 새벽에 경기 보는데 그랜트 그 냥반은 우선 간지부터가 전혀 안 나더군요. 휘이잉~
Commented by archie at 2007/09/25 04:44
챔스에서 4강 "밖에" 못했잖아요. ^^
Commented at 2007/09/27 02:3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7/09/29 00:27
young026 / 국내에서 (팬들이) 흔히 쓰는 표기법을 따랐습니다. :)

Testors, Cuchulainn / 감독 경력을 조사해보니 어딜 가도 승점 20점 플러스는 보장하는 감독이라고밖엔.

히치하이커 / 그랜트라는 양반은 무슨 보곤 성인같은 인상이더군요.

archie / 아무래도 토너먼트는 운빨이 크니까요.
Commented by 두기 at 2007/10/01 16:01
그 많은 FM 폐인들은 무감독 흉내를 내보고 싶은거였군요. -_-;; 저쯤되면 신화군요.
"무감독이여 신화가 되라!"
Commented by monsa at 2007/10/01 17:49
제가 이제껏 본 감독중에 최고라고 생각하는 감독이 저 지경이 되었다니 안타까울 뿐입니다만
윜희피디아를 보면 구단주와 갈등은 처음이 아니군요 ^^

그나저나 자두같은 게토 구단이랑 득점없이 비기는 걸 보면 올해 챔스의 마지막 슬롯은?
에버튼? 또는 완소마틴욜의 토트넘? ㄲㄲ
Commented by porco at 2007/10/01 22:23
무감독이 프리미어팀으로 돌아왔다간 고기밥된다에 한표!
Commented by Testors at 2007/10/02 01:09
porco/ 위약금 받은 조건이 '몇년내에 프리미어팀으로 복귀 불가' 였다는 루머가 파다합니다. 팀 터난 직후 인터뷰에서 '모든 조건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지만 프리미어팀은 당분간은 반사' 라고 해서 더욱 부채질 중.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7/10/03 01:47
두기 / "전설에서 신화로"가 되려면 저정도 퍼포먼스를 몇년쯤은 더 보여줘야 겠지요. 챔스 우승컵도 번쩍번쩍 들고 ^^

monsa / 무감독도 할말이 없는 시츄에이숑은 아니었지만 프론트에 까칠하게 보이는 타입이긴 한가 봅니다. 안그러면 오히려 이상할지도...

porco, Testors / 흉흉한 소문들은 많은데 진실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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