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 이상한 화폐

일단 요즘 돌고 있는 새 고액권 도안 제안부터 퍼옵니다. (적극 지지를 보냅니다!)





e아저씨한테 이 도안을 돌렸더니 29만원같은 이상한 숫자로 어떻게 지폐를 찍겠느냐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현대에도 무려 9진법에 기반한 화폐 체계를 채용했던 나라가 있었다고 했더니 안 믿으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나라가 진짜 있었습니다.




버마(현 미얀마)의 군사독재 수장이었던 네윈은 박정희를 본받아 장롱예금을 끌어낼 생각이라도 했던건지 집권중에 빈번하게 화폐개혁을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자는 수비학을 신봉한 나머지 화폐개혁을 하는 김에 이상한 숫자를 기준으로 화폐를 발행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왜냐하면 9는 네윈이 좋아하던 숫자였고, 어떤 점장이가 그렇게 하면 90살까지 살 수 있을 거라고 조언했기 때문이었죠.





1985년, 화폐 개혁을 실시한 네윈 정권은 50키야트와 100키야트짜리 지폐의 사용을 금지시키고 무려 15, 35, 75 키야트짜리 지폐를 발행했습니다. -_-; 위의 75키야트 지폐는 네윈의 75세 생일을 기념해 도입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87년에 다시 화폐 개혁을 실시한 정부는 또 35키야트와 75키야트 지폐를 사용 정지시키고 45키야트와 90키야트짜리 지폐를 찍어냅니다. ;;





결과는 예상들 하시다시피 경제에 대혼란을 가져왔습니다. 게다가 국민들에게 구권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만도 비등했습니다. 결국 다시 만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민중봉기(88년 8월 8일의 소위 "8888 봉기")에 이은 군부 쿠데타로 네윈 정부는 전복되었습니다. -_-;;;

ps. 버마는 미얀마로 국호를 바꿨고 여전히 괴악한 군부독재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만, 최소한 화폐체계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45키야트와 90키야트짜리 지폐는 발권이 정지되긴 했어도 아직도 사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ps2. 네윈은 오랜동안 가택연금을 당하다가 2002년에 사망했습니다. 92살까지 살았으니 어쨌든 점장이의 말은 옳았던 셈일까요? ^^;;

ps3. 하지만 사실 이보다 훨씬 직관적이지 못한 시스템으로, 비교적 최근까지도 오래동안 사용해왔던 1-20-240 시스템을 들 수도 있겠지요. (1파운드 = 20실링 = 240펜스 또는 1리브르=20수=240드니에) 이를테면 2파운드 11실링 8펜스짜리 물건에 7% 소비세가 붙으면 얼마인지 계산하는 것보단 차라리 45키야트 지폐를 쓰는게 머리가 덜 아플 것 같습니다. -_-;



참고사이트: http://en.wikipedia.org/wiki/Myanmar_kyat

by 하얀까마귀 | 2007/05/10 00:13 | Fun | 트랙백(4) | 핑백(2)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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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a quarantine.. at 2007/05/10 02:16

제목 : 아주 좋아
[잡상] 이상한 화폐 (하얀까마귀)에서 트랙백 이렇게 마음에 드는 도안은 오랫만이다. 각하의 젊고 늠름한 용안을 뵈오니 안구에 김치국물이 찬다. 실제로 나와서 유통되기만 하면 불편을 꾹 참고 기쁘게 쓸 용의가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현실정치에 대해 이만한 냉소적 개입(cynical engagement)이 또 있을까? 장작위에서 잠을 청하고 쓸개를 핥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게다....more

Tracked from Forgotten re.. at 2007/05/10 22:30

제목 : 화폐의 새로운 용도?
이거 만든다면 단군 이래 '최고액권'이 아닐까. 들고 다니면 일생 보장된 느낌(?)도 들 거 같고, 후세에는 역사 공부도 될 거 같고... 그래서 만들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단점은 저 얼굴을 계속 봐야한다. 초딩 교과서에도 나왔던 저 빛나는 머리를 줄곧 보는 건 어째 싫은데......more

Tracked from 지크의 팁박스 at 2007/10/01 15:52

제목 : 29만원짜리 전두환 화폐
미얀마 관련 정보를 찾으면서 아래와 같은 화폐 이미지를 보게 됐다. 그냥 우스개로 만든 이미지같지만, 실제로 미얀마에는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잡상] 이상한 화폐 우리나라도 군사 독재정권이 장기간 이어졌다면, 지갑속에는 세종대왕과 율곡 대신 다른 인물이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전두환 하니까, 오늘 아침에 본 흥미로운 글을 하나 소개하겠다. 전두환의 아들 전재국이 시공사, 리브로 뿐만 아니라, 반디앤 루니스도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more

Tracked from 라그나뢰크의 자장가 at 2007/10/08 23:25

제목 : 오우, 세상에......!
이글루스 트랙백>> [잡상] 이상한 화폐......너무... 눈부십니다.... 참으로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를 껴야 할 듯 싶습니다.그 분의 모습이...... (ㅋㅋㅋㅋㅋㅋ)9진법 화폐... 무섭군요. ㄷㄷㄷ차암..., 저 버마 군부 왕초도 사람이... 뻔뻔...스럽다는 걸 새삼 느끼겠습니다.더불어... 29만원이 전 재산이라고 한 그 분도..........more

Linked at 하얀까마귀의 테스트베드 : [.. at 2007/11/13 19:54

... 새긴 피스(Peace) 라디오! - 버마를 이야기하다에서 트랙백 관련기사: 내 이름이 새겨진 라디오를 버마로 보내자 마침 요전에 버마에 대한 포스팅도 한 적이 있던지라 올해의 기부는 이곳으로 결정. 평소 제가 찾는 기부 대상의 필터링 조건은: 1. 자금 운용이 투명하고, 오버헤드가 최소한이어야 함. ... more

Linked at 단 울휀스의 사바욘 : 화폐 .. at 2008/12/30 16:42

... [잡상] 이상한 화폐 From 하얀까마귀 ...ㅡ.ㅡ 지폐공사가 한번쯤 생각해주길 바라는 도안... ps. 위 링크 이야기와 관련해서 버마가 미얀마가 되었지만 군부가 정권을 잡아서 ... more

Commented by 사발대사 at 2007/05/10 00:17
총과 배낭 대신 삼청교육대 목봉체조 장면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
Commented by sonnet at 2007/05/10 00:36
아주 좋습니다. 오만천육백원권도 강력히 지지합니다.
Commented by Starless at 2007/05/10 00:40
저거 한 장이면 자식들 회사랑 빌딩도 세워주고 일가친척이 평생 놀고먹어도 되겠군요..
Commented by young026 at 2007/05/10 01:35
1파운드=20실링=240펜스일 겁니다.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7/05/10 01:42
사발대사/ 지폐 도안에 보통 "인물"은 한 명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목봉체조가 기각됐나 봅니다. :)

sonnet/ 기왕 고액권이니만큼 오십일만육천원권으로 하죠.

Starless/ 과연 고액권!

young26/ 하하하.. 수정했습니다. 역시 키야트쪽이 알기 쉽다니까요 ^^;
Commented by d4d357r033dkiD™ at 2007/05/10 03:37
이리도 시의 적절하고 의미심장한 포스트를 읽고 나니,
구(舊)버마와 5공™이 묘하게 오버랩되는군요.

...뒷면의 도안은 하늘조차 허락한 5공™ 존립과 그 당위의 상징이라 할
저 [아웅산 묘역]™ 정도가 적합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
Commented by BigTrain at 2007/05/10 07:09
파운드, 실링, 펜스도 굉장히 비직관적인 시스템이었군요.... -_ㅜ
Commented by 이쁜왕자 at 2007/05/10 09:26
저 고액권 지폐가 나오면,, 앞으로는 불편하게 사과상자를 이용할 필요가 없겠네요..
그냥 지갑에서 저 지폐 1장 꺼내서 찔러주면 되겠군요..

하지만,, 저 지폐 다발을 사과상자에 넣어 준다면??
Commented by 클랴 at 2007/05/10 18:19
우와.. 별 희한한 액면가가 있군요.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07/05/10 18:57
미얀마 출신 친구가 생각나는군요.
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7/05/10 21:22
좋군요. 계산히기도 아주 편할테구요. 75키야트 39장은 얼마인가 같은 문제를 만들 수도 있겠네요.
ㅡ ㅡ^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7/05/12 00:19
d4d357r033dkiD™/ 뒷면에 끼어들기 위해 경쟁하는 도안이 많습니다. [백담사]나 [평화의 댐] 처럼 각하의 도량을 드러내는 다른 사적들도 워낙 많은지라... 저는 연기를 뿜는 [전남도청]에 한표입니다.

BigTrain/ 익숙한 사람들한테는야 괜찮았겠지만 영국에서 마침내 십진법을 도입한 1971년까지의 외국 사람들의 불편은 상상하기가 좀 힘드네요.

이쁜왕자/ 차떼기의 가치 상승

클랴/ 나라 망하게 만든 액면가지요.

사바욘의_단_울휀스/ 참 그 나라도 딱합니다. 기껏 민중혁명을 일으키나 했더니 결국은 그나물에 그밥인 군사독재로 회귀...

히치하이커/ 만약 정착됐다면 미얀마에서 산수 천재가 쏟아져 나왔을지도 모르겠네요. :) 인플레이션 때문에 지금은 75키야트나 90키야트도 대단한 돈은 아니라고 합니다.
Commented by 머미 at 2007/05/12 11:20
20실링=1파운드와 동시에 21실링=1기니도 있었자녀.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7/05/12 21:05
머미/ 기니가 공식적으로 사용될 때는 은본위 화폐인 파운드(스털링)와 구분되는 금본위 화폐였고 당시엔 기니와 파운드의 환율은 계속 변했습니다. 기니 화폐를 더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 다음에야 1기니가 1파운드 1실링 가치의 관용적 표현이 된거죠.

웹서핑하다 우연히 찾은 바로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업계'의 통화 체계가 흥미롭더군요. 29 너츠(!!) = 1 시클, 17 시클 = 1 갈레온 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Money_in_Harry_Potter
Commented by 백범만쉐~ at 2007/05/15 23:49
이번에 고액화폐가 발행되잖아요.
화폐인물로 백범김구 만한 인물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누가 그렇게 자신의 일평생을 버릴수가 있을까요??
이런 위대하고 훌륭한 분이야 말로 고액화폐의 인물초상에 가장 적합하다 생각됩니다!!
그동안 화폐인물이 안된것이 이상한거 아닌가요??ㅋㅋ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7/05/16 01:03
백범만쉐~ / 글쎄요, 사실 개인적으론 인물도안에 식상해 있답니다. 절더러 정하라고 한다면 좀 더 모던한 도안에 끌릴 것 같네요.

http://outsider.egloos.com/1242087

하지만 이건 좀 도가 지나치겠죠? :-)
Commented by 아싸~ at 2007/05/27 21:25
십만원권에는 독립운동가셨던 백범김구가 들어가야죠!!
백범김구는 독립운동을 위해서 자신의 일평생을 희생하셨던 분이기도 하시고, 인지도 조사에서도 언제나 1등을 하시잖아요.
저 또한 그런 훌륭한 분이 화폐인물로 실리게 된다면 존경하는 맘을 더 갖게 될거 같네요.
Commented by 푸른마음 at 2007/06/01 00:40
쇼킹하군요. 그래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링크 신고합니다 ^^
Commented by 블랙아웃 at 2007/06/02 22:07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역시 링크 신고합니다, :)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7/06/04 22:09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쏭군 at 2007/10/01 15:52
와~ 재미있는 글이네요^^ 뭔가 좋은걸 배워갑니다^^
Commented by 스카이넷 at 2007/10/08 23:22
우와~~~ 센스가 굉장하네요!!! -_-b

(트랙백해 갑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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